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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폐의 변천사 정리

유형
경제
작성 연도
2022
한줄 요약
물물교환→상품화폐→태환화폐→신용화폐로 이어지는 개념 정리

1. 들어가며

먼저, 근본적인 물음에서부터 시작해 보겠습니다.
돈이란 무엇일까요? 돈을 많이 벌고 싶다면, 돈이 무엇인지를 먼저 고민해 보아야겠죠? 과거부터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며 시대별 돈은 무엇이었고 왜 그것이 돈의 기능을 할 수 있었는지 생각해 보겠습니다.

2. 물물교환

제일 처음 인류는 필요한 물건을 얻기 위해 다른 물건과 교환하는 방식을 사용했습니다. 내가 상대방이 갖고 있는 사과를 받고 싶다면, 상대방이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다른 물건을 줘야 했습니다. 바나나 같은걸 말이죠. 이러한 초창기 방식을 물건끼리 교환한다는 의미로 물물교환 방식이라고 합니다.

3. 상품화폐

QR코드만 찍으면 바로 거래가 완료되는 세상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이런 방식은 상당히 불편해 보입니다.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는 상대방이 원하는 다른 물건을 구해와야 하기 때문이죠. 당시의 인류도 이런 불편함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생각해 냈죠. 앞으로는 사과는 조개껍데기 10개, 바나나는 조개껍데기 20개랑 같다고 약속하는 겁니다. 그리고는 모든 거래를 조개껍데기로만 하는 거죠. 이렇게 단일 상품으로 화폐기능을 통일한 거래 방식을 '상품화폐' 방식이라고 합니다.
가장 초창기 상품화폐는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조개껍데기였습니다. 하지만 힘들게 수확한 사과를 집 앞에 나가서 쉽게 주울 수 있는 조개껍데기랑 교환해야 한다니, 뭔가 억울하지 않나요?
그래서 상품화폐는 차차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없는 물건, 예를 들면 금/은 같은 귀금속이 되었습니다. 이제 금/은만 충분하게 많다면 무엇이든 교환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4. 태환화폐

인류는 언제나 현재 상황의 불편함을 개선하며 발전을 거듭해 왔습니다.
그럼, 상품화폐의 불편함은 무엇이었을까요? 바로 무거움이었습니다. 큰 거래를 하기 위해서는 무거운 금/은을 한가득 수레에 싣고 장거리 이동을 해야만 했죠.
그래서 어느 날 이런 생각을 했을 겁니다. '아니 금을 직접 주고받지 말고, 금 보관증만 주고받아도 되지 않을까? 어차피 금이 필요할 때 이 보관증만 가지고 가면 금을 받을 수 있을 텐데' 이런 생각이 공감대를 형성하기 시작했죠. 이제부터는 무거운 금/은을 직접 주고받으며 거래하지 않고 그 보관증을 서로 주고받으며 거래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화폐 시스템을 '태환화폐'라고 합니다. 실제 금과 '태환'이 약속된 보관증이 화폐가 된다는 의미이죠. 이는 화폐 시스템의 변천사에서 중요한 진화 포인트입니다. 이 전까지의 화폐는 사람들의 삶에서 실제로 필요한 '가치 있는' 물건이 사용되었습니다. 금/은이 거래로 사용될 수 있었던 이유는 이 화폐 자체가 가치 있는 물건이기 때문에 다른 물건과 맞교환이 가능했던 것이죠.
하지만 '금 보관증'은 실제로 '가치 있는 물건'이 아닙니다. 이 보관증을 가져가면 '실제로 가치 있는 물건과 바꿔줄 것이라고 믿는 물건'이죠.
그림1. 태환화폐 시스템
말하자면, 드디어 화폐의 '파생상품'이 만들어진 것입니다. 이때부터 화폐는 점점 사람들의 '믿음'을 기반으로 하는 방향으로 진화해 갑니다.

5. 부분지급준비 태환화폐

이렇게 보관증으로 거래를 하다 보니 이번에는 금을 받아 보관증을 발행하는 사람들이 이런 생각을 하기 시작합니다. '사람들은 한꺼번에 금을 찾으러 오지 않는다. 그리고 내가 얼마 큼의 금을 가지고 있는지도 모르지. 그럼 내가 그냥 금보관증을 만들어서 사용하고 다녀도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려와서 금을 달라고 하지 않는 이상 문제될 게 없잖아?' 이렇게 금 보관업자는 허위로 보관증을 만들어 사용하고 다니기 시작합니다. 100개의 금을 보관하고 있지만 이보다 많은 1000개의 금 보관증을 화폐로 사용하고 다니는 거죠.
이러한 화폐 시스템을 '부분지급준비 태환화폐'라고 부르겠습니다. 부분적으로만 지급할 수 있는 준비를 하고 더 많이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죠.
그림2) 부분지급준비 태환화폐 시스템
부분지급준비 태환화폐 시스템의 문제는 무엇이었을까요? 이렇게 되자 시중에는 실제 있는 금보다 훨씬 더 많은 금을 바꿀 수 있는 만큼의 보관증이 유통되었습니다. 이제 사람들이 금 보관업자를 '의심' 하기 시작했죠. '저 사람이 금을 얼마나 보관하고 있는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저렇게 많은 금을 가지고 있지는 않을 텐데? 저 보관증 허위 아니야? 믿음이 안 가는데?' 그리고는 하고 하나둘씩 찾아와 '더 이상 당신을 믿을 수 없으니, 보관증과 금을 돌려달라' 요구하기 시작합니다.
이 금 보관업자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100개의 금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1000개의 금을 바꿔주겠다는 보관증이 들어왔으니 파산하고 사기꾼이 되었겠죠? 이렇게 부분지급준비 태환화폐 시스템은 사람들이 보관증의 가치를 의심하고 한 번에 태환을 요구하면 시스템이 붕괴된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이러한 시스템은 생각보다 그렇게 오래 전이 아닙니다. 바로 1971년 이전까지의 달러 시스템이 이에 해당합니다. 당시 미국은 금과 달러의 교환 비율을 고정해 놓았습니다. 달러가 더 필요하면 금을 더 보유해야 했죠. 즉 이때의 달러는 위에서 말한 '금 보관증' 정확히 그것이었습니다.
그러다가 '베트남전쟁'과 '위대한 사회운동' 등이 벌어집니다. 이 사건들은 대표적으로 아주 많은 달러가 투입된 사건들이죠. 이때 미국은 금 보관업자와 마찬가지로 '아무도 모르겠지' 생각하며 달러를 허위로 만들어 사용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너무 돈을 많이 쓰는 미국을 의심하기 시작한 다른 국가들이 다 같이 미국에 맡겨놓은 금을 달러와 바꿔줄 것을 요구하게 되죠. 몇백 년 전의 금보관업자들의 얘기가 할아버지 세대에서 똑같이 반복되고 있죠?

6. 신용화폐

미국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위의 금 보관업자처럼 파산하고 사기꾼 국가가 되어버렸을까요? 아주 재미있게도 미국은 '배 째'라고 합니다. 금융 사기꾼들이 금융 시스템을 흔들려하고 있으니 당분간 달러를 가져와도 (금 보관증을 가져와도) 금하고는 안 바꿔주겠다고 선언하죠. 몇백 년 전의 금보관업자가 '배 째'라고 했으면 사람들이 몰려가 진짜로 배를 째 버렸겠죠.
하지만 1971년 당시 미국은 지금과 마찬가지로 경쟁 상대가 없는 초강대국이었습니다. 배 째라고 한다고 진짜 혼내 줄 국가가 없었던 것이죠. 이때부터 현재의 시스템이자 마지막 화폐 시스템이 시작됩니다. 즉, '금과 바꿔주지 않는 금 보관증'이 화폐가 된 것이죠 이를 태환의 반대말로, 어떠한 것과도 바꿔주지 않는다는 의미로 '불환화폐 또는 신용화폐 시스템'이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이런 의문이 듭니다. 금 보관증이야 이걸로 정말 가치 있는 금과 바꿔준다고 약속했으니까 이거로 거래를 했었죠. 그런데 아무것도 안 바꿔주는 보관증이 무슨 의미가 있는 걸까요? 뭐를 믿고 이 보관증을 사용하죠?
그러자 미국 정부가 이렇게 대답합니다. '나를 믿어' 실제로 1971년 이후의 달러에서는 그전에 있었던 '금과 바꿔주겠다'는 문구가 사라지게 됩니다. 이제 미국은 마음대로 달러 (금 보관증)을 마음대로 만들어서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죠.
수백 년 전 모든 사람들이 보관증을 금으로 바꿔달라고 몰려갔던 이유가 뭐였을까요? '저 금 보관업자는 내가 원하는 때에 내 금을 돌려줄 수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기 때문이겠죠?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달러를 잘 사용할까요? 1971년 이후의 미국도 금보관업자와 마찬가지로 허위 보관증과 똑같은 '달러'를 찍어내 사용하고 있는데 말이죠.
'무슨 금 보관업자랑 세계 최강국 미국을 비교하냐?' 생각이 들지 않나요? 바로 그 '믿음' 때문입니다. 압도적인 군사력과 경제력을 갖고 있는 미국 정부가 1달러만큼의 가치를 보증한다고 했으니 이를 믿고 사용하는 것입니다.
그림3) 화폐의 변천사

7. 마무리

지금까지 화폐 시스템의 변천사를 살펴봤습니다.
화폐는 '실제로 가치 있는 물건'을 화폐로 사용하는 시스템에서 시작했죠. 이후 '가치 있는 물건으로 바꿔줄 거라는 믿음'을 기반으로 하는 시스템으로 진화했습니다. 최종적으로 '정부에 대한 믿음'을 기반으로 하는 현재 화폐 시스템이 만들어졌죠.
이러한 현재 시스템은 정부에 대한 믿음이 무너지면 무너진다는 취약성을 갖고 있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금 보관업자에게 몰려갔던 것처럼 말이죠. 실제로 베네수엘라를 비롯한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많은 나라에서 자국 화폐를 불신해 사용하지 않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현재의 화폐 시스템은 영원할까요? 조개껍데기로 거래하던 시절의 사람들도, 금 보관증으로 거래하던 시절의 사람들도 그 당시의 시스템이 영원할 거라 생각했을 겁니다. 한 시스템은 보통 수세기 동안 유지되고 따라서 상식으로 자리 잡게 되죠.
하지만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음을 역사가 증명하고 있습니다. 인류는 언제나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며 발전해 왔죠. 화폐 시스템 또한 이전의 문제점을 개선하며 진화해 왔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생각해 보면 두 가지 결론을 내릴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정부에 대한 믿음'이 무너지는 시점에 다음 화폐 시스템이 출현할 것이라는 겁니다. 두 번째는 다음 화폐 시스템은 현재 시스템의 한계인 '신뢰성'을 더욱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게 될 것이라는 겁니다.
이상으로 화폐의 역사를 따라가며 화폐 시스템의 변천사를 살펴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