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며
이번 글에서는 부의 시나리오 2부 내용을 리뷰합니다. 먼저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의 정확한 정의를 살펴봅니다. 다음으로 과거 역사를 통해 미국 연준의 의도를 추론해 봅니다. 마지막으로 전 세계에 통화량이 넘쳐나는 상황에서도 인플레이션이 발생하지 않는 이유를 살펴봅니다.
2. 인플레이션 vs 디플레이션
먼저,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이 무엇인지 확실히 정의하고 넘어가겠습니다. 어렸을 때 인플레이션은 물가가 오르는 현상, 디플레이션은 물가가 내려가는 현상이라고 배웠는데요, 조금 더 세분화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2-1. 인플레이션
비용 인상 인플레이션 = 나쁜 인플레이션
치킨 가격이 오르면 어떨까요? 생각만 해도 마음이 아픈데요. 하지만 내 월급도 그만큼 같이 오르면 월급으로 먹을 수 있는 치킨 수는 유지될 겁니다.
반대로 물가가 올랐는데 평균 임금이 그만큼 오르지 않으면 '실질 구매력'은 그만큼 감소하게 됩니다. 이렇게 비용만 오르는 인플레이션을 '비용 인상 인플레이션', '나쁜 인플레이션'이라고 합니다.
수요 견인 인플레이션 = 좋은 인플레이션
반면 물가가 오른 만큼 평균 임금이 올라 실질 구매력이 유지되는 상황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은 경제가 성장하며 그에 따라 자연스레 물가가 오른 현상이죠. 이러한 인플레이션을 경제 발전을 통해 수요가 견인하는 인플레이션이라는 의미로 '수요 견인 인플레이션', '좋은 인플레이션'이라고 합니다.
2-2. 디플레이션
기술 혁신 = 좋은 디플레이션
이번엔 반대로 물가가 내려가는 상황을 살펴보겠습니다.
자장면 가격을 생각해 볼까요? 자장면 가격은 지금까지 계속해서 오르기만 해왔죠.
반면 자동차 가격은 어떤가요? 생각해 보면 놀랍게도 자동차 가격은 90년대부터 지금까지 크게 변하지 않았습니다.
여기에는 물론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죠. 하지만 가장 핵심적인 원인은 기술 발전을 통해 가격을 낮췄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기술 혁신 또는 생산성 향상을 통해 제품 가격이 하락하는 상황은 성장을 통해 가격이 내려간 상황이죠. 즉 '좋은 디플레이션'이라고 부릅니다.
대부분 = 나쁜 디플레이션
반면, 이를 제외한 대부분의 디플레이션 상황은 성장을 통한 가격 하락 아닌, 경제 불황으로 인해 발생하는 경우입니다. 이를 '나쁜 디플레이션'이라고 합니다.
자 그럼 다시 코로나 팬데믹 상황으로 돌아가볼게요. 코로나 팬데믹 직전 전 세계는 과도한 부채를 지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부채가 많은 상황에서는 인플레이션 상황이 좋을까요, 디플레이션 상황이 좋을까요?
90년대에 1억 빚과 지금 1억 빚을 상상해 볼게요. 어느 상황이 더 유리한가요? 지금 1억의 빚은 90년대의 1억 빚보다는 훨씬 가볍게 느껴지죠? 인플레이션 상황에서는 돈의 가치가 하락합니다. 따라서 빚을 진 입장에서는 인플레이션 상황이 더 유리하죠.
3. 미국 연준의 생각 읽기
자, 그럼 이제 연준의 생각을 읽기 위해 과거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3-1. 연준의 트라우마
1970년대 미국은 아주 혹독한 인플레이션을 겪었습니다. 물가가 오르는 문제뿐만 아니라, 실업률까지도 같이 올라가는 최악의 상황이었죠. 미국은 이러한 상황을 거의 10년간이나 해결하지 못했습니다. 결국 미국은 기준금리를 살인적인 수준인 20% 까지 올리며 가까스로 인플레이션을 잠재울 수 있었죠. 이에 대한 후유증으로 카터 정부는 재선에 성공하지 못할 정도였습니다.
이는 연준에게 큰 트라우마로 남았습니다. 세계 최강국이라는 자부심으로 살던 미국에 '인플레이션'은 엄청나게 무서운 재난이라는 트라우마를 심어주었죠. 이때부터 연준은 '인플레이션'이라는 느낌만 들어도 벌벌 떨며 이를 때려잡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 덕분에 이후 30여 년간 미국 경제는 큰 인플레이션 없이 호황을 누리죠.
3-2. 디플레이션 공포
그리고 2008년, 이러한 연준을 큰 충격에 빠뜨리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바로 '금융위기'였죠. 그동안 인플레이션이 제일 무서운 건 줄 알고 자란 미국에 뜬금없이 '디플레이션'의 공포가 시작된 것이죠.
이전의 교훈으로부터 미국은 인플레이션 상황에서는 금리인상이 특효약이라는 것을 배웠죠. 이제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인플레이션을 잡는 특효약을 알았으니 세상 무서운 줄 몰랐을 겁니다. 디플레이션은 인플레이션의 반대 현상이니 당연히 금리인하가 특효약일 거라 생각했겠죠. 그랬던 미국 연준에게 금리를 아무리 내려도 경제가 살아나지 않는 상황은 참으로 당혹스러웠을 겁니다. 그동안은 물가가 오를까 봐 벌벌 떨면서 살았는데, 이제는 물가를 올리기 위해 노력해야 되는 상황이 된 거죠.
3-3. 물가를 올리기 위한 연준의 노력
자, 그럼 연준은 물가를 올리기 위해 어떠한 노력들을 해왔을까요? 그동안은 연준이 워낙 물가에 예민하게 반응하며 금리를 올려버렸습니다. 그 결과 물가가 오를만하다가도 바로 죽어버렸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연준이 '시장아 겁먹지 마, 내가 보다가 금리 올려야 될 거 같으면 미리 알려줄게' 하게 되죠. 이를 미리 알려준다는 의미로 '포워드 가이던스 (Forward Guidance) 정책'이라고 합니다.
그래도 충분하지 않았죠. 물가가 오르는 기미라도 보여야 포워드 가이던스를 하든 말든 하죠. 그래서 이번에는 '시장아, 내가 그동안은 물가가 쫌만 올라도 무서워서 바로 금리 올려버렸는데, 이제 한두 번 물가 오른 거 가지고는 호들갑 떨지 않을게'라는 정책을 폅니다. 즉, 물가를 한 해의 지표로 판단하지 않고 몇 년간의 물가 평균으로 판단하겠다는 거죠.
만약 물가 목표가 2%라고 가정해 볼게요. 지금까지는 한 번만 2%를 넘기면 얄짤없이 금리를 올려버렸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평균 2%가 될 때까지는 개입하지 않겠다는 거니까 몇 년 정도는 더 지켜보게 되는 거죠. 이 정책을 '평균 물가목표제'라고 합니다.
그런데도 물가는 오르지 않죠. 평균이 2%가 되려면 한두 번은 2%가 훨씬 넘어줘야 하는데 근처도 못 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시장아 내가 그동안은 물가 오르는 게 무서워서, 낮은 물가에 대해서는 간섭 안 했는데, 이제는 물가가 낮으면 높이기 위해 개입할게' 정책을 펼칩니다. 이렇게 물가가 높을 때와 낮을 때 대칭적으로 대응하는 방식을 '대칭적 물가 목표제'라고 합니다.
3-4. 연준의 달라진 생각
이렇게 연준은 2008년을 기점으로 시장에 대응하는 방식이 크게 바뀌었습니다. 이제는 인플레이션이 아닌, 디플레이션과 싸우는 녀석이 되었죠. 디플레이션에 대응하는 연준의 철학은 기본적으로 '고압 경제'라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돈을 '고압'으로 유통시켜 강제로 수요를 늘리겠다는 의도입니다. 이를 통해 위에서 살펴본 좋은 인플레이션인 '수요 견인 인플레이션'을 유도하겠다는 것이죠. 그동안 중앙은행은 물가안정과 고용 성장을 책임지는 동시에 금융시장 안정을 추구했는데요. 이제는 '금융시장 안정'은 다소 포기하더라도 물가 안정과 고용 성장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것이죠.
이러한 연준을 바라보는 시각은 찬성과 반대로 크게 갈립니다. 찬성하는 입장은 대표적으로 현대화 폐 이론 (MMT이론)을 내세우고 있고요. 반대하는 입장은 인플레이션을 우려하고 있죠.
이를 저자는 이렇게 비유하고 있습니다. 디플레이션은 세계 경제의 '거대한 구덩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연준은 이를 메꾸기 위해 '돈다발'을 부어대고 있는 상황입니다. 워낙에 '고압'으로 돈다발을 부어대고 있기에, '딱 적절한 타이밍'에 돈다발 물줄기를 잠그면 이상적으로 구덩이가 메워질 겁니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늦어버리면 돈다발의 홍수가 나겠죠.
과연 연준이 잘 대응할 수 있을지가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가 되겠습니다.
4. 돈을 풀어도 물가가 안 오르는 이유
그런데, 생각해 보면 참 이상합니다. 미국 연준은 천문학적으로 돈을 풀고 있습니다. 우리는 분명 돈의 공급이 늘어나면 물가가 오른다고 배웠는데, 왜 물가가 오르지 않을까요? 이에 대해서는 다양한 견해가 있습니다. 대표적인 몇 가지만 살펴보겠습니다.
4-1. 아마존 효과
먼저 '아마존 효과'입니다. 공급자들로 하여금 경쟁을 유도하여 지속적으로 물품 가격을 낮추는 역할을 하고 있죠. 그런데 아마존의 규모가 워낙 거대하다 보니 전 세계적으로 물가를 낮추는 효과를 내고 있다는 겁니다.
4-2. 저유가 효과
두 번째는 '저유가 효과'입니다. 물건을 만들기 위해서는 기름 사용이 필수적입니다. 그런데 오랫동안 유지되고 있는 저유가 덕분에 물품 가격이 낮게 유지된다는 거죠.
4-3. 좀비 기업
세 번째는 '좀비기업'입니다. 앞서 중국에서 투자를 활성화시키며 많은 기업들이 생겨났고, 부채 또한 확장되었음을 살펴보았습니다. 이렇게 과다하게 부채를 늘린 중국 기업들은 부채의 힘으로 제품 가격을 더 낮추는 힘을 만들고 있죠. 제품 가격이 너무 낮아 이들은 이자도 못 갚는 좀비 기업이지만, 전 세계의 인플레이션 압력을 낮추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4-4. 전 세계적인 환율전쟁
네 번째는 '전 세계적인 환율전쟁'입니다. 혁신을 통해 자국 제품의 가격을 낮추는 건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경쟁에서 죽을 수는 없죠. 그러다 보니 세계 각국은 경쟁적으로 자국 화폐 가치를 낮추기 위한 경쟁을 하고 있죠. 이에 따라 전 세계의 금리는 경쟁적으로 낮아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4-5. 전 세계적으로 과도한 부채
마지막으로는 '전 세계적으로 과도한 부채'입니다. 모두가 부채가 너무 많다 보니 금리를 낮춰도 소비를 통해 경기를 끌어올리는 게 아닌, 대출 상환에 사용되고 있죠. 이는 결국 지금의 디플레이션이 결코 만만한 상태가 아님을 말해줍니다. 일시적 미봉책으로 해결될 수 있는 수준이 아닌, 일본처럼 '장기적이고 시스템적인 디플레이션 상황'이라는 것이죠.
5. 결론
지금까지 부의 시나리오 2부 내용을 리뷰했습니다.
먼저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의 정확한 정의를 살펴봤습니다. 인플레이션이과 디플레이션 모두 좋은 상황, 나쁜 상황이 있음을 보았죠. 이어서 과거 상황을 토대로 연준의 생각을 추론해 봤습니다. 과거에는 인플레이션 트라우마가 있었지만 최근에는 디플레이션 트라우마가 있음을 보았죠. 따라서 인플레이션을 무서워하지 않고 돈을 풀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렇게 많은 돈을 풀고 있지만 세계 경제에 인플레이션이 일어나지 않는 이유를 살펴봤습니다.